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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급히 달려간 차원택의 눈앞에 보인 것은 길드원들과 대치 중인 한 쌍의 남녀였다.
여자 쪽은 지금껏 차원택이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미녀.
남자 쪽은 그런 그녀를 수행하는 듯 보이는 낯이 익은 얼굴의 사내였다.
길드원들 사이에서 조금 전 집무실에서 나갔던 수하의 얼굴을 확인한 차원택이 작게 안도하며 눈을 돌렸다.
“…송재하 헌터?” 같은 SA랭크 헌터로서 그간 몇 번 마주한 적이 있는 낯익은 사내.
저를 부르는 호칭에 사내, 송재하가 흘깃 여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그를 향해 여인이 작게 고개를 주억이며 허락했다.
SA랭크인 송재하를 마치 아랫사람 부리는 듯한 모습에 차원택이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여인의 정체가 무엇일지 그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차원택 헌터.” “오랜만이고 자시고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노기 가득한 차원택의 물음에 송재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덤덤한 얼굴로 가만히 차원택을 바라볼 뿐이다.
그런 송재하의 모습에 차원택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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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워볼사이트 건은 화랑의 선전 포고라고 보아도 좋겠습니까?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에 미궁 밖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낮게 혀를 차는 차원택을 향해 송재하는 여전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첫인사를 끝으로 자신에게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시종일관 조용히 서 있을 뿐이다.
그런 송재하의 모습에 파워볼게임 분노와 함께 묘한 느낌을 받은 차원택이 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챙겨온 무기를 들어 올렸다.
당장 사상자는 없어 보이지만, 저쪽에서 먼저 본부를 습격해 온 이상 그만한 대가는 치르게 해줄 생각이었다.
이건 제 주관적인 감정이 어찌 됐든 길드의 엔트리파워볼 위신에도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조용히 EOS파워볼 기세를 끌어올리는 차원택과 함께 새벽의 길드원들 역시 제 길드장을 따라 전투를 준비했다.
차원택이 흘깃 주변을 살폈다. 로투스바카라
여인과 송재하 말고 다른 인원은 없는 듯했다.
‘다른 길드원도 없이 단둘이서 찾아온 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차원택이 작은 의문을 느끼는 한편, 혹시나 숨어 있을지 모를 이들을 찾아 기감을 예민하게 끓어올리는 사이, 그동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여인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외모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렇게 두리번거릴 필요 없느니라. 오늘 이곳에 온 건 본녀를 포함해 셋밖에 없으니까.” “…당신은 누구지?” 한순간 멈칫한 채 저를 바라보는 차원택의 시선에 여인이 덤덤히 답한다.
“본녀는 스노우다. 다른 곳에 들려야 할 서방님을 대신해 이곳을 찾아왔지.” 차분히 내뱉는 여인, 스노우에게서는 정작 그 이름밖에 알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차원택은 당장 그녀의 정체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했다.
“…‘다른 곳’이라고? 지금 이런 짓을 벌인 곳이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건가?” “흠. 분명 ‘북두’와 ‘성호’라고 했던가? 당장 오늘 밤만 들려야 할 곳이 두 곳이다 보니 서방님도 꽤나 바쁠 테다. 뭐, 지금의 그이라면 잠깐 산책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겠구나.” 그리 말하며 홀로 고개를 주억거리는 스노우의 모습에 차원택이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문득 얼마 전에 협회에서 보내온 공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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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어난 테러의 공통점이 분명 용암 구역 원정이라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그녀가 말한 두 길드는 새벽과 함께 모두 지난 원정에 참여했던 곳이었다.
‘설마 지난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이들인가? 송재하 헌터도, 또 화랑도 연관된 건가?’ 슬며시 생각을 잇던 차원택이 불현듯 인지한 사실에 눈살을 찌푸렸다.
스노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모든 사실을 밝혔다.
송재하 역시도 그런 여인의 행동을 딱히 제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한 사실들이 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어차피 죽일 상대이니 굳이 무언가를 숨길 생각은 없다는 건가?” “흠. 듣던 대로 똘똘한 머리를 가졌구나.” 차원택의 나지막한 혼잣말에 스노우는 고개를 주억이며 긍정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차원택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제아무리 기울기는 했어도 5대 길드 중 하나인 새벽을, 그리고 자신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닐까?
게다가 스스로 이곳을 찾아온 이들이 셋이라고 밝히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고작 그 정도 전력으로 자신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건가?
설령 셋이라고 한 이야기가 기만책이라고 해도, 그녀가 자신과 새벽이라는 길드를 깔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불쑥 차오르는 분노에 차원택이 거칠게 기세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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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제나 다음으로 대한민국 국내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헌터의 흉포한 기세가 삽시간에 주변을 휘젓는다.
다만, 그런 차원택의 모습에도 스노우와 송재하는 지나치게 덤덤할 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여인 쪽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으며 조용히 감탄했다.
“상당히 제법이구나. 확실히 너보다는 강하겠어.” 흘깃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송재하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많이 부족한 종이라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본녀의 밑에서 적당히 구르다 보면 너도 많이 성장할 수 있을 테니. 정 안 되면 그이에게도 부탁해보마.” “감사합니다.”
재차 꾸벅 고개를 숙이는 송재하와 그런 그의 모습에 가볍게 고개를 주억이는 스노우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긴장했다라고는 볼 수 없었다.
바로 눈앞에 분노한 그 차원택을 보고서도 말이다.
너무나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차원택은 더 분노하는 대신 냉정히 상황을 판단했다.
저들이 저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주의할 필요가 있겠지.
그 이유가 혹시 숨어 있는 다른 이들인 것일까?
차원택이 재차 기감을 넓히며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숨어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런 차원택의 모습에 스노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굳이 주변을 경계할 필요는 없다. 그대들을 상대할 이들은 나와 이 아이뿐이니까. 다른 하나는 여기가 아닌 뒷문에 있을 게다. 혹시 도망치는 이들을 처리해야 돼서 말이다.” 덤덤히 내뱉는 스노우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스노우의 모습에 차원택은 작은 혼란을 느꼈다.
도무지 저 당당한 그녀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혼란을 느끼는 와중에도 차원택은 착실히 움직였다.
흘깃 길드원 중 하나에게 눈짓해 이번 습격에 대해 바깥에 알리도록 하면서도, 언제라도 스노우와 송재하를 향해 달려들 수 있도록 두 사람을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그런 차원택의 모습을 스노우와 송재하는 여전히 여유롭게 바라보았다.
“바깥에 연락할 생각이라면 그러지 않는 것을 추천하마. 정수아 그 아이가 말하길 EMP? 뭐 그런 걸 사용했다는 모양이니까.” 처음의 폭발은 그거였던 것일까?
흘깃 길드원을 향해 시선을 돌리니 그녀의 말이 맞았던 듯 바깥에 연락하려던 길드원이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차원택이 짧게 혀를 찼다.
전자기가 안 된다면, 직접 발로 움직여서라도….
그렇게 그가 길드원 중 막 발이 빠른 이 하나를 선별하려던 순간, 여전히 여유롭게 지켜보던 스노우가 재차 말을 잇는다.
“직접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본녀가 아무 생각 없이 그대들을 찾아오지는 않았으니까. 이 근처 일대에 이미 결계를 쳐 뒀으니 함부로 나갈 수는 없다.” 마치 차원택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차분히 들려온 목소리에 차원택은 꾹 입을 다물었다.
“…결계는 어떻게 해제하지?” “당연히 본녀를 쓰러트리면 해결될 게다.” “…그럼 바깥으로의 연락은 조금 미뤄 둬야겠군.” 차원택이 성큼 앞으로 나섰다.
가만 생각해 보니 쓸데없이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었다.
바깥에 연락하는 것도, 뒷문 쪽에 있다던 세 번째 인물을 처리하는 것도, 또 혹시 있을지 모를 전력에 대비하는 것도 다 쓸데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일단 눈앞의 둘을 쓰러트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테니까.
그렇게 곧장 달려들려는 차원택의 모습에 팔짱을 낀 채 한껏 여유를 부리던 스노우도 슬슬 전투를 준비했다.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로 그녀가 두 자루의 검을 꺼내들었다.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의 검.
그 한 쌍의 검을 한차례 살핀 차원택의 눈이 한순간 크게 부릅떠진다.
비단 차원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제 길드장과 함께 전투를 준비하던 길드원들 모두가 스노우가 꺼내든 한 쌍의 검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 두 자루의 검은 대한민국에서 헌터를 하는 이들이라면 도저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어느 정도 안색을 회복한 차원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검은 설마?” 평정을 되찾기는 했어도 여전히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
조심히 건넨 물음에 스노우가 여유롭게 화답했다.
“각각 해와 달이라고 하더구나. 얼마 전에 선물 받았는데, 그이는 참 그냥 주기만 하면 본녀가 알아서 잘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야.” 어깨를 으쓱거리는 스노우의 모습에 차원택은 꾹 입을 다물었다.
단순히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저 두 자루의 검이 진품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검에서부터 은은하게 풍겨오는 기운은 분명 그가 알고 있는 해와 달이 맞았으니까.
최강의 헌터이던 성재명과 함께 10여 년 전에 사라졌던 한 쌍의 검이 지금 눈앞에 있다.
그러한 사실에 의문을 넘어 진한 혼란까지 느끼는 차원택이었지만, 그 이상 생각을 잇지는 않았다.
쓸데없는 고민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결국 눈앞의 적들을 쓰러트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 차원택과 달리 그 밑의 길드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보였으나, 차원택은 그들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두 자루의 검을 꺼내든 스노우의 기세가 어느 순간부터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까닭이다.
분명 처음에 봤을 때만 하더라도 단순히 지나치게 아름답기만 할 뿐, 평범한 일반인처럼 느껴졌었는데, 본격적으로 전투를 앞둔 그녀는 달랐다.
스멀스멀 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은 절로 이전에 보았던 이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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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랭크에게서나 볼법한 압도적인 기세.
그것도 둘에 비해 훨씬 사납고 흉포하다.
앞서 그녀도 그렇고, 송재하도 그렇고 왜 그렇게까지나 여유로웠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단순히 차원택과 길드원들을 얕봐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만한 여유를 부릴 만한 상대였으니까.
갑작스럽게 등장한 SS랭크의 상대, 그것도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의 모습에 차원택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혼란을 느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런 것보다는 당장 어떻게 그녀를 상대해야 할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솔직히 말해 SS랭크를 상대로 지금의 전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못해도 자신과 같은 SA랭크 헌터가 두셋은 더 있어야 해볼 만하다.
그것도 저쪽에 송재하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얼마 전 미궁으로 원정을 떠난 길드의 다른 SA랭크 동료들의 존재가 너무나 그립다.
설마 이런 것도 다 알고서 습격한 것일까?
차원택은 슬며시 구겨지는 눈매를 어렵사리 바로 했다.
지금은 없는 것에 아쉬워할 때가 아니다.
단지 중요한 것은 눈앞의 적들을 쓰러트리는… 아니, 눈앞의 적들로부터 살아남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현재 본부에 남아 있는 인원 중 SA랭크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점.
당장 소란을 듣고도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뒷문에 있다는 다른 적을 상대하는 모양인데, 그는 제 길드원이, 동료가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뒷문에 있는 상대 역시 SS랭크일 리는 없을 테니까.
제 동료라면 다른 길드원들과 힘을 합쳐 적을 쓰러트리고 반드시 이곳으로 올 것이다.
자신은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여전히 현재 전력으로는 부족할 테지만, SA랭크의 길드원과 다른 길드원들까지 합류하면 어떻게든 답이 보일 테니까.
차원택은 분명 그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너무나 절망적이니까.
이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버텨보자.
당장에 다른 걱정을 제쳐두고, 눈앞의 상대에만 집중하자.
등 뒤의 소중한 길드원들, 동료들을 지켜라.
너는 이들의 길드장, 리더다.
그렇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차원택이 조용히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가 굳건한 눈으로 눈앞의 강대한 상대를 바라본다.
그때까지 여유롭게 차원택을 지켜보던 스노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느냐?” “…기다려줘서 고맙군.” “무얼. 본녀는 그대같이 대쪽 같은 이들을 제법 좋아해서 말이다. 오히려 꺾여버리지 않아서 본녀가 더 고맙구나. 덕분에 제법 즐거운 시간이 되겠어.” 후후-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무심코 지금 상황도 잊고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미소였으나, 차원택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히 검을 다 잡으며 전의를 불태울 뿐이다.
그런 차원택의 모습에 스노우가 기분 좋게 웃었다.
“당당한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흠. 혹 송재하 이 아이처럼 본녀를 따를 생각은 없느냐? 그이에게는 본녀가 잘 말해보마.” 그리 말한 스노우는 문득 한번 다짐한 것, 특히나 복수 같은 것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반드시 해내고 마는 닉스의 모습을 떠올리고서 잠시 멈칫하기는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쉽게 허락할 것 같지는 않았으나, 스노우가 조금만 부탁한다면 어떻게든 말은 들어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복수의 종류가 반드시 죽이는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곁에 두고 오랫동안 부려먹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좋은 복수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스노우가 은근한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차원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스노우의 시선에 차원택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거절한다.”
“…흠. 이번 권유가 본녀에게도 조금 무리한 권유란 걸 그대가 아는지 모르겠구나. 만약 본녀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리 쉽게 거절하지는 못할 텐데 말이다.” 비교적 덤덤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 숨겨진 노기가 엿보인다.
그녀의 말처럼 제 남편에게 무리해서 부탁해야 하는 만큼 이번 권유가 마냥 그녀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었으니까.
스멀스멀- 아까보다 한층 더 짙어진 살벌한 기세에 차원택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쪽은 이쪽의 사정을 고려한 적 있나? 웃기는군.” “…으음. 그것도 맞는 말이구나. 그대가 굳이 본녀의 사정을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 의외로 쉽게 수긍한 스노우가 재차 말을 잇는다.
“그래도 여전히 맘에 드는 이로다. 그대는 또 언제 부러질지 몹시 기대되는구나.” 두 번째 권유는 없다는 듯 스노우가 성큼 걸음을 내디딘다.
여유롭게 내디딘 걸음걸이에 맞춰 그녀로부터 짙은 마력이 요동친다.
인위적인 마력의 파동에 휘이잉-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검 두 자루는 처음이라 어색하다만, 이때가 아니면 따로 연습할 때가 없으니 너그럽게 이해해다오. 본녀도 조금만 즐기다가 곧 진지하게 임할 테니.” 차원택은 그녀가 말하는 ‘진지하게’라는 말의 뜻을 언뜻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스노우를 상대로 버티기조차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것 말이다.
“송재하, 그대는 저 뒤의 이들을 맡거라. 본녀는 저자와 조금 진득하게 놀아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공손하게 답하는 송재하의 목소리를 끝으로 스노우가 먼저 달려든다.
기교랄 것도 없이 단순히 힘만으로 휘둘러진 두 자루의 검이 차원택을 노리고 섬광같이 움직였다.
그 무식하기 그지없는 공격은 몹시도 위력적이었다.
차원택이 받아내거나 막아내는 것보다 피하는 것을 선택한 채 급히 몸을 물렸다.
그런 차원택을 곧장 따라붙는 스노우의 모습과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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